낭만은 믿는 것 속에 존재하니까

낭만은 믿는 것 속에 존재하니까.

국어국문학과에 처음 들어왔을 때, “낭만 국문”이라는 문구를 보았다. 그 순간, 마음속으로 따뜻한 설렘이 밀려왔다. 낭만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었을까. 이 작은 문구 안에 담긴 무언가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분명하다.

낭만적이다. 무엇을 낭만적이라고 느끼는가. 각자가 느낀 낭만의 경험에 따라 그 정의도 조금씩 다를 것이다. 사전상으로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를 일컫는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와닿지는 않지만, 생각할수록 마음을 울리는 설렘이 있다. 그렇다면 이게 나의 낭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낭만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인생은 종종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순간들을 선사한다. 이렇게 선물처럼 다가오는 뜻밖의 특별함은 낭만으로 돌아온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 흠뻑 젖도록 비를 맞는 해방감이, 발이 닿는 대로 걷다 맞이한 새로움이, 예상치 못했던 첫눈의 반가움이 그러하다. 또한 자연의 아름다움, 예술의 감동, 때로는 일상의 아기자기한 순간들까지도 그 재료가 될 수 있다. 즉 낭만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다. 내가 낭만이라고 믿으면 그것이 낭만이 되는 것이다.

때로 낭만은 수고스러움을 동반하며 시작된다. 우산이 있음에도 옷을 젖게 하고, 근처 조개구이 가게를 지나쳐 서해로 향한다. “굳이?” 싶지만 그럼에도 귀찮음을 감수하는 것은 이러한 불편한 선택들이 역설적인 자유로움과 예기치 못한 감동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을 찾아서 하고, 지나치게 되는 것들에 관여한다. 그리고 이에 따른 아픔과 슬픔을 기꺼이 감수한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이는 종종 낭만적인 순간으로 이어진다. 편안한 선택지를 두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용기는 새로운 경험과 감동으로 돌아오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갈 것이다.

관련하여 가수 우즈의 ‘굳이데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굳이데이는 말 그대로 “굳이?” 소리가 나오는 일을 하는 날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닭갈비를 먹기 위해 구태여 춘천에 가거나 하는 날들 말이다. 우즈는 굳이데이를 언급하며 낭만을 찾으려면 귀찮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도 함께 덧붙였다. 그날에는 평소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사소한 풍경, 사물, 감정 모든 것이 낭만이 된다. 굳이 찾은 낭만은 반복되는 하루하루 속 신선함이 되고, 두고 꺼내 볼 추억이 될 것이다.

낭만은 로망을 일본식 한자어로 음차한 것에서 유래되어, 낭만 자체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낭만의 한자어 浪漫을 풀어 해석하면 ‘물결이 흩어진다’가 된다. 낭만은 흩어지는 물결과 같이 애써 찾고, 애써 지키지 않으면 소산되는 존재다. 나의 낭만이 사라지지 않게, 다가오는 새해에는 한 달에 하루 ‘굳이데이’를 정해 낭만을 애써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