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죽과 별

노래를 들을 때 멜로디를 중요시하는 사람,
가사를 중요시하는 사람,
분위기를 중요시하는 사람 등 다양한 부류로 사람을 나눌 수 있다. 나는 가사를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이런 내 귀를 사로잡은 노래가 있다. 바로 김진호의 <폭죽과 별>이다.

폭죽과 별은 마치 폭죽과 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화 같다. 동화를 노래로 쓴 것 같달까. 그런데 가사를 곱씹어 보니, 이들이 하고자 하는 말이 요즘 시대의 우리에게 필요한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 곡에 대한 감상문을 쓰고 싶어졌다.

나를 터뜨려줄 힘 있는 사람만 기다렸네
하늘 위로 날아올라 반짝이고 나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겠지 소리쳐주겠지
나 그 기분이 좋았고 딱 그 위치가 좋았어

노래는 폭죽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폭죽은 하늘에 떠올라 빛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보며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길 바란다.

그러다 보니 내 옆에 별이 닿을 것 같네
별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만 싶네

폭죽이 하늘에 날아오르자 별과 맞닿는다. 그러자 폭죽은 하늘에서 빛나고 있는 별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폭죽은, 별을 선망한다.

날 다시 하늘 위로 날려줄 사람만을 찾고
그들 손에 길들여져 버린 폭죽 하나로 남네

폭죽은 잠깐 날아오를 뿐,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땅에 내려온 폭죽은 다시금 별과 함께 빛나고 싶다.
그러나 폭죽은 자신만의 힘으로 하늘에 날아오를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스스로 하늘을 빛내는 별이 부럽기만 하다.

난 다시 하늘 위로 떠오르고
사람들은 날 보고 소리 지르고
난 다시 재가 되어 땅에 내리고
사람들은 나를 밟고 떠나가고

‘사람들은 날 보고 소리 지르고’
‘사람들은 나를 밟고 떠나가고’
폭죽이 하늘에 있을 때와 땅에 있을 때, 상반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준다.
땅에 내려와 밟히는 폭죽은 별이 얼마나 부러울까. 별은 언제나 하늘을 빛낼 텐데.

하늘에 잠시 떠올랐던 그 순간
별들에게 물어봤어
너희들은 좋겠다고
계속 빛나고 있으니

별이 부러운 폭죽의 심정이 잘 드러나는 표현이다.
잔잔해지는 멜로디와 담담한 듯 내뱉는 김진호의 목소리가
폭죽의 쓸쓸함과 슬픔을 느끼게끔 한다.

폭죽에게 별들이 말해줬어
사람들은 잊곤 한대
계속 빛을 내고 있으면
빛인 줄도 모른다고

그러자 별은 폭죽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외롭거나 누군가 그리운 날들이 오면
그제서야 가끔씩 별들을 바라본다고

그 이야기는 놀랍게도 별 스스로에 대한 한탄이다.

환호 속에 반짝이는 커다란 폭죽보다
침묵으로 빚어진 외로운 빛일 뿐이야 별은

그리고 환호에 빛나는 폭죽에 비해
별은 침묵 속에 외롭다고 한다.
‘침묵으로 빚어진 외로움’이라는 표현이 참 인상 깊다.

폭죽은 별을 부러워했는데, 별은 폭죽을 부러워했다.
둘 모두에게 공감이 된다.
힘껏 날아오른 잠깐의 순간이 짜릿하고 좋았던 폭죽은
항상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 부러웠고,
계속 빛남에도 침묵 속에 있어야 했던 별은
환호 속에 빛나는 폭죽이 부러웠다.
그리고 너무 마음에 들었던 결말.

별은 계속 하늘을 빛내겠지
폭죽은 흙이 돼 땅을 빛내겠지

앞서 폭죽은 재가 되어 땅에 내려오자 사람들에게 밟힌다고 했다.
안타까운 결말로 보였던 폭죽의 추락은
흙이 돼 땅을 빛내는 폭죽으로 반전된다.
서로를 부러워하고 스스로를 아쉬워했던 폭죽과 별은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존재가 됐다.

오늘날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가 굉장히 활성화된 세상이다.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게 된다.
잘나가는 사람들, 너무도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린 그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나는 이 노래가 그런 우리에게
부러워할 것 없다고. 사실 그들도 당신을 부러워할지 모른다고.
각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빛나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후 <폭죽과 별>은 폭죽과 별이 마치 스스로의 행복을 깨닫고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라라라라’하며 노래가 끝이 난다.
왠지 쓸쓸하면서도 경쾌한 멜로디와 폭죽과 별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김진호의 가창,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가사까지. 노래가 오늘날의 ‘시’라고 표현되는 이유를 보여준 노래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