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nde

“〈Blonde〉” 2016년 8월 20일 발매한 프랭크 오션의 정규 2집이다. 전작 “〈channel ORANGE〉”, 특히 Thinkin Bout You, Lost 등의 유명한 곡을 이미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둔 나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처음 이 앨범의 첫 곡을 듣게 되었을 때 1분 정도 듣고 꺼버리며 생각했다. “엥 씨발 이게 뭐야…” 충격적으로 좋아서가 아니었다. 충격적으로 별로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2019년 12월. 미국 유명 대중음악 웹진 ‘피치포크’가 발표한 2010년대 최고의 앨범 1위에 Blonde가 선정됐다. 그렇게 다시 Blonde 앨범에 관심이 생겼고 가사와 함께 앨범을 통으로 돌려보았다.

1년 전 듣다가 꺼버린 1번 트랙이 지나고 2번 트랙 Ivy가 시작되며 신스소리와 함께 오션의 목소리가 나온다. “I thought that I was dreamin’ when you said you love me” 순간 나는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1시간 정도의 앨범을 한 번의 정지 없이 모두 듣게 되었다.

앨범 제목은 〈Blonde〉(금발의 여성)이지만 앨범 커버에는 Blond(금발의 남성)라 쓰여 있으며 막상 앨범 커버에 등장한 남성의 머리색은 초록색이다.

오션은 젠더 플루이드다. 1집 channel ORANGE를 내기 전 자신의 SNS에 “몇 년전 여름 내 인생을 바꾼 처음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다” 등의 내용의 커밍아웃을 하는 긴 글을 남긴다. Blonde의 앨범 커버 또한 성 정체성을 포함한 자신의 이중, 삼중적인 혼란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처럼 보인다.

앨범 커버처럼 노래 또한 처음 들었을 땐 혼란스럽고 모호하게 느껴진다. 얼터너티브 알앤비라고들 이야기 하지만 막상 들어보면 수많은 장르가 혼합되어 있으며 사운드 적으로 비어있는 느낌도 받을 때가 많다. 중독적인 후렴구나 멜로디도 거의 없으며 대중성 또한 떨어진다.

앨범의 분위기나 가사 또한 매우 철학적이며 난해하다. 이해하기조차 힘든 수많은 추상적인 가사,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떠나간 애인들에 대한 아쉬움, 본인의 불완전한 정신상태, 또한 모든 트랙에 마약이 등장하며 마약에 의존하는 모습도 가감 없이 드러난다.

이렇듯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에 대하여 추상적으로 노래하는 오션의 노래는 입문하며 공감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앨범 전체를 이해하고 모든 구절을 해석하지 말고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정서 등을 따라가며 조금씩 듣다 보면 오션의 감정을 이해하며 오션의 노래에 위로를 받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 앨범에 관하여 물어본다면 무엇보다 차갑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앨범이라고 말하고 싶다. 외로움, 떠나간 인연들에 대해 노래하지만, 역설적으로는 그 어떤 노래보다 위로를 안겨줄 수 있는 그런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Pink+White나 White Ferrari 등의 노래에는 오션만의 사랑하는 감정이 무엇보다 잘 드러나 있다.

평생 들을 앨범을 하나 고르라고 하면 난 고민없이(조금 해볼 듯) 이 앨범을 고를 것이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채 외로워하며 살아간다. 위로가 필요 한 사람들에게 이 노래를 들어보라고 하고 싶다. (오션은 제발 앨범 좀 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