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과 나태함 사이 ‘본인만의 삶’을 찾는다는 것
“나는 갓생을 살았던 게 아니라 과로를 하고 있었구나”
이번 달 12일, “3년간의 회사생활을 마치며” 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유튜브 영상이 화제였다. 이 영상에는 힘겨운 취준 생활 끝에 들어간 ‘대기업’에서 있었던 자신의 직장 생활을 순차적으로 서술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그 회사를 3년만에 결국 퇴사하였다는 말만 남기고 끝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중의 반응은 그녀의 사정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앞으로의 길을 응원한다는 긍정적인 것과, 반대로 그렇게도 좋은 ‘대기업’을 왜 3년만에 퇴사했는지, 그녀의 선택에 의심을 품다 못해 질타를 날리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뉘었다. 그러자 그녀는 이 영상에 이어 “문과 연봉 5천이상 대기업 퇴사 이유”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영상을 올렸는데, 그녀는 본인이 왜 이 직장을 퇴사하였는지 그 자세한 이유를 진솔하게 전달하고 있다.
결국 영상의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자신은 지금의 직장에서 하는 일의 영역보다 다른 분야에서 더욱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음과 동시에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 일이 아니었다는 확신이 들었으며, 이러한 결정을 하기까지의 고민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피로가 겹쳐 결국 자신이 3년 동안 쌓아왔던 커리어를 버리고 퇴사라는 선택지를 고르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가 말하는 한 문장이다. “나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갓생을 산다고 착각했지만, 사실은 과로를 하고 있었을 뿐이다.” 갓생, 그리고 과로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갓생이란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을 의미하는 생生을 결합한 신조어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삶이기도 하다. 직장인들뿐만 아니라 대학생들, 심지어는 고등학생들까지 이 “갓생”이라는 것을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운전 면허를 따거나, 아르바이트를 구하거나, 주식 공부까지도 한다.1 또한 한 조사에 의하면, 무려 직장인의 75%가 업무 외의 시간에 운동이나 외국어 공부, 자격증 공부, 재테크 등의 자기계발을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2 이처럼 많은 이들이 “스펙”을 쌓는 삶의 가치에 대해 논하고 있는 현실이다. 자신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긍정적인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앞선 영상에서 보았듯이 부지런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 삶이 간단하게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갓생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반추 속에서 되찾는 삶의 의미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한 번씩은 본인의 지난 한 해에 대한 회고를 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세웠던 목표는 몇 가지 정도 달성했는지, 혹은 재미있게 즐겼는지, 큰 사건 사고들을 겪으면서 깨달은 점은 무엇이었는지. 개중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면 다음 해의 새로운 목표로 넘기거나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를 반추하게 된다. 그렇게 사람은 어제에서부터 고칠 점을 찾고 오늘의 일을 되새기며 내일로 나아간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 요소들이 얼굴을 내민다. 누군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과 좋아하는 일들을 함께할 때, 또는 좋아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삶이라고 느끼기도 한다. 한편 누군가는 자신이 했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다했을 때, 과업을 끝마쳤을 때 느끼는 성취감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결국 다시 말해, 우리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멋지게 해냈을 때, 삶에 대해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느낀다.
자기 효능과 자아 실현의 중요성
즉 무엇보다도 자기 효능과 자아 실현이 중요하다는 말과 같다. 여기에서 자기 효능이란, 어떠한 일이나 과제에 직면했을 때, “유능성, 효능성, 자신감”과 같은, 자신에 대한 인지적 태도를 통해 수행여부를 미리 가늠하고 전략적 사고와 동기를 유발하는 개인적 척도이다. 쉽게 말해서 자신의 행위를 인식하고 의미를 창출하는 개인적인 것과 동시에, 자신에 대한 사회적 평가3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높은 자기 효능을 중심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을 행하는 ‘자아 실현’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삶의 질은 향상되기 마련이다.
이 때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자아 실현을 하는 과정은 우리 사회에서 “자기 계발”의 형태로 드러나는데, 이 자기 계발은 분명히 자아와 삶의 방향을 완성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 개인이 ‘능동적 주체’로 거듭나면서 자신의 자아를 완성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그러나 자기 계발을 부추기는 사회적인 문화가 제시하는 모범적인 인간상은 자신을 경영하고 개발하는 “기업가적 자아”이다. 결국 개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경쟁”을 심화시킨다는 뜻이다. 따라서 개개인들이 ‘무한 경쟁’의 쳇바퀴 속에서 스트레스를 감내하고 피로가 만연해진 사회에 적응해 나가도록 부추기게 된다.4
갓생? 과로? 본인만의 기준
결국 개인적 맥락의 자기 계발이 본인을 위한 것이라고 할지 언정,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사회적 맥락에서의 자기 계발은 스스로를 경쟁의 시대로 빠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사회 속에서 본인만의 맥락, 즉 본인만의 강점을 펼칠 수 있을 만한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따라 자신의 삶의 방식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저 타인과 본인을 비교하며 남들이 이만큼 하니까, 나도 따라가기 위해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마음을 먹었다면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미래의 본인을 위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일이 정말로 자신을 위한 것인지 판별할 수 있는 사고이다. 자신의 상태를 분명하게 알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갓생이라고 할 수 있다.
- “필라테스·운전면허·주식 공부…수능 뒤 ‘갓생’ 시작한 고3들”, https://n.news.naver.com/article/421/0007184163?sid=102, 2023.11.18, 이수민 기자 ↩︎
- 직장인 75%, “자기 계발한다… ‘운동’ ‘외국어 공부’ ‘자격증 공부’”, http://www.work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4369, 2023.11.02, 윤화정 기자 ↩︎
- 한국 대학생의 자기계발과 삶의 질, 2017, 김건순/김남진/오세일, 동국대학교 『사회과학연구』 제24권 제2호, p267 ↩︎
- 한국 대학생의 자기계발과 삶의 질, 2017, 김건순/김남진/오세일, 동국대학교 『사회과학연구』 제24권 제2호, p263-2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