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언제나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계를 갈망한다. 각각의 세계를 갈망하는 이유는 취향을 드러내고, 취향은 궁극적으로 행복을 향하고 있다. 어떤 직업을 가지면 행복할 것 같아서, 무언가를 소유하면 행복해질 것 같아서, 특정한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함께 있으면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의 아래에는 나의 호불호가 버티고 있는 것이다.
갈망은 으레 그 세계에 이미 속한 사람에 대한 열망과 존경, 질투로 변모한다. 첫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성질이 여러 번 변한 감정은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그중에서도 질투는 쉽게 속을 썩이고 그 안으로 녹아들어 가기 마련이다. 단순한 부러움과는 다르다. 질투는 슬픔을 불러일으킨다. 두 정서는 이름을 늘어놓기만 해도 부정적으로 느껴지지만, 정말로 질투와 슬픔이 나쁘기만 할까? 모든 감정은 평범한 삶의 엔진이 될 수 있는데 말이다.
평범한 가수 김승주의 첫 번째 EP <소년만화 상>은 슬램덩크, 상남2인조 등 인기 고전만화 등장인물을 동경하고 때론 질투하는 솔직한 감정을 보여준다. 일본 서브컬처에 익숙한 성향과 소년만화 주인공다움에서 먼 성격이 만들어낸 사건들은 쌓이고 쌓여 그의 음악적 기반이 되었다. 전곡에서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나’와 ‘지구’, 그에 대비되어 ‘나’가 찾아다니는 ‘만화’와 ‘낙원’은 취향을 기반으로 자기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독특하게 느껴질 만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 모든 창작의 원동력은 만화 속 등장인물들의 삶 자체에 대한 갈망이다. 이미 발표한 적 있는 곡인 ‘소년만화’의 가사 “너희가 느낀 것 같이 마음 아파하며 사랑을 할 거야”나 ‘주인공의법칙’의 “여긴 헬멧을 안 써도 잡혀가지 않아, 저기 가드레일을 뚫어도 절대 피 흘리지 않아, 가진 돈이 떨어져도 날 버리진 않아, 여긴 날 죽게 두진 않아” 등의 가사에서도 드러나듯이, 김승주의 음악 전반은 일본 소년만화에 대한 동경심과 만화 속 인물들과 비교되는 자신을 자조하는 태도로 흠뻑 젖어 있다.
그에게 소년만화는 이데아의 세계이자 간절한 도피처다. 자신이 만든 음악이라는 공간 속에서 열정적으로 사랑하고, 슬퍼하고, 누군가와 갈등하기도 그 사람을 이해하기도 하는 솔직한 인물들을 마음껏 동경한다. 우리 모두 다 그렇다. 인식하지 않거나 숨길 뿐이다.
이처럼 인디 아티스트의 초기 창작물은 우울감을 동반하다가도 마냥 즐거워지는 혼란스러운 어린 감정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나이가 들수록 청자는 많아지고 새로운 것과 늘 하던 것 중 무엇을 선택해도 싫은 소리를 듣기 마련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대놓고 표현하는 미숙함은 오래 볼 수 있지 않기에 소중하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다른 사람의 세계를 본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작품을 보고 자랐는지도 파악한다. 딱 다섯 곡이 든 앨범 하나를 가진, 백 명이 채 안 들어가는 공연장에서 첫 공연을 치르는 가수에게도 자기 세계는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세상이 음과 가사로 구체화되는 순간은 빛난다. 바라는 것을 입 밖으로 낼 때 흘러넘치는 뚜렷한 감정이 우리를 되살아나게 한다. 몇 번이라도.